국내 백패킹 3대 성지는 옹진군 굴업도와 우도 비양도, 마지막으로 대관령 선자령이라고 한다.
선자령 다수 경험이 있는 친구와 가족캠핑을 많이 해본 친구 그리고 이쪽으론 관심이 없었던 나. 셋이서 선자령 백패킹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장비가 하나도 없는 나는 친구 덕에 장비를 모두 빌려 첫 백패킹 경험을 했다.
선자령 가는 법
선자령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낫다.
고속버스 횡계터미널에서 대관령양떼목장으로 가는 440번 버스를 탄다. 하루에 4회 9:00, 10:10, 11:15, 14:00 운행하고 14:00가 넘어가면 택시로 이동해야 한다.
대관령마을휴게소에 도착하면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정비하고 화장실을 들러준 뒤 동쪽에 대관령 국사성황사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면된다. 난이도는 높지 않아서 초보자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차로 이동할 때는 대관령마을휴게소로 가지말고 먼저 "선자령등산로입구"로 검색해서 입구로 가본다. 입구 앞에 차를 4~5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하산하고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선자령 트레킹과 박지 위치
등산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크게 두 갈래가 있는데 대관령기상관측소를 기준으로 양갈래길로 시작해서 국사성황당에서 만나 샘터로 향한다. 네이버 경로를 확인해보면 꽤나 직관적인 길이라 지도가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선자령 백패킹 팁
- 화기 사용 금지: 고지에선 쌀쌀하기 때문에 국물 생각이 많이 난다. 비화식 인스턴트 제품도 좋지만 발열도시락 바로쿡에 음식을 챙겨가서 데워먹는 것을 추천한다.
- 주차: 네이버지도에서 “선자령등산로 입구”를 검색해서가면 입구 바로 앞에 차를 4-5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주차하면 하산하고 바로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 풍차소음: 풍차소음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예민한 사람은 웅웅소리에 절대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시끄럽기 때문에 귀마개 필수.
- 텐트피칭: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이기때문에 타프를 가져가도 칠 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밤에는 바람이 더 강하게 부는 것 같아서 텐트가 나부끼는 소리까지 듣고 싶지 않다면 펙을 박을 때 깊숙이 끝까지 박는 것이 좋다. 겨울이 아니더라도 장갑을 꼭 챙기자. 텐트 피팅 할 때, 해체할 때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 쓰레기정리: 식사 후에 정리도 바로 하는 게 좋다. 쓰레기봉투에 담에 잘 묶어서 바람에 굴러가지 않도록 전실 안에 두거나 텐트주변에 고정시켜 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캠핑 매너인데도 아름다운 선자령 풍경을 망치는 쓰레기들이 박지에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다. 특히 물티슈, 휴지들은 눈살을 찌뿌릴 정도였는데 누가 봐도 후처리(?) 흔적이 바람에 날려 박지 여기저기에 나뒹구는 모습이 역했다.
선자령 3월 백패킹 후기
선자령 백패킹을 시작으로 백패킹 장비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서 그날을 종종 생각하곤한다.
백패킹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검증된 3대 백패킹 성지 중에 골라서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3월 말, 초봄이라서 무겁게 갈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대관령은 고도가 높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우니까 옷을 단단히 준비하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면서 패딩을 하나 더 챙겼는데 안 챙겼으면 풍차 밑에서 얼어 죽었을뻔했다.
이 날은 전날까지 비가 와서 인지 안개가 아주 자욱해서 운전하기 정말 위험한 날이었다. 영화 사일런트힐 저리갈 정도로 까마득하게 안 보이는 길을 서행하며 트레킹 시작지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올라갈 수 있는 건지 입구에서 머뭇머뭇 대면서 드나드는 사람이 있는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몇 커플이 거침없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한 친구가 선자령 경험이 다수 있어서 길을 알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우리 모두 초행길이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서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안개는 없어질 기미가 안보였고 아주 고요한 산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가고 있었다. 촉촉한 날씨 덕에 피톤치드 향도 많이 나고 산 이슬을 맞으며 하이킹을 하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바닥은 진흙구간이 많이 있어서 신발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우리가 중간정도 온 시점에 하산하는 백패커들을 왕왕 마주쳤다. 백패커들은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하면서 인사를 해주시더라. 몰랐는데 이런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좁은 길목에서 마주치면 올라오는 사람을 먼저 배려해 주는 것도 매너라고 한다. 한참을 오르막 길을 걸어서 그런지 쌀쌀함은 어느새 후덥지근하게 바뀌어서 겉옷들을 벗어 허리춤에 매고 계속 걸었다.
2시간에 걸쳐 박지에 도착했는데 풍차도 안보이고 시야가 너무 좁아서 어디에 텐트를 쳐야 하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말 3미터 앞도 잘 안 보이는 안개였다.
텐트를 피칭하고 식사준비를 했다. 어제 자기전 새벽에 주문해 둔 보쌈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이 점점 쌀쌀해져서 텐트 안에서 와인이랑 남은 위스키 털어마시면서 보드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나서 다 같이 나왔는데 구름이 걷히고 아주 잠깐 맑은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었다.
밤산책을 살짝 하고 텐트로 돌아가 누웠는데 바람&풍차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다행히 출발 전날 먼저 와본 친구가 풍차 소음이 크다고 알려줘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챙겨 와 가지고 귀틀막하고 꿀잠 잘 수 있었다.
아침에 텐트를 정리하면서 장갑을 안 챙긴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알루미늄폴대 냉기에 손가락이 굳어지고 고통스러웠다. 적당히 정리하고 베이글로 만든 오이샌드위치로 요기한 뒤 하산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생각이 너무나 강렬해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더니 1시간 반도 안되어서 내려왔다. 등산로 근처에 있는 구대관령휴게소로 가서 커피빵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니 드디어 정신이 들었다.
날씨가 좋을 때 다시 오고 싶다고 하니 선자령은 계절별로 와줘야한다는 친구말에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직장인의 주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 무의도 백패킹] ENTP 백패킹크루 결성 (3) | 2024.05.31 |
---|---|
[군산 선유봉 백패킹] 선유도 해수욕장의 밤 (3) | 2024.05.26 |
[첫 솔로캠핑, 군위 동산계곡] 여자 혼자 나홀로 차박캠핑 (6) | 2024.05.19 |
[후지산 캠핑] 필름카메라로 담은 후지산 풍경, nikon L35AF (0) | 2024.05.09 |
[후지산 캠핑] 두 번째, 일본 렌터카 빌리기 & 일본 운전팁 (0) | 2024.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