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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주말

[가평 호명산 백패킹] 호명산캠프, 우리들의 첫 오토캠핑.

초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따뜻했던 11월 말, 친구가 백패킹 말고 데크가 있는 캠핑장에서 화롯불을 쬐며 먹을 거 잔뜩 사들고 호화로운 오토캠핑을 하러 가자고 했다.

지난달 무의도에서 바다구경했으니 이번엔 숲으로 들어가자! 수도권에 있는 가평 잣나무숲속 캠핑장을 발굴해내고 예약페이지로 들어갔다.

“다음 달 예약은 매달 20일 오후 4시에 홈페이지에서 가능”

이런 예약오픈 안내문구가 있으면 입장하기 녹록하지 않다는 뜻이다. 역시 준비되지 않은 캠린이는 사이트 창을 닫고 네이버지도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근방에 호명산 캠프를 발견하고 예약을 시도했다. 데크가 세개의 존(낙엽송존, 밤나무존, 계곡존)으로 나눠져 있고 데크도 상당히 많아서 피곤해졌다. 이렇게 선택지가 많을 때는 의사결정트리로 추천 데크를 한 두 개로 추려주는 예약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가평 호명산 캠프_ 경기 가평군 청평면 하천리 산4

 

풍경을 좇아 너무 위에 있는 데크를 선택하거나 너무 안쪽으로 들어가면 차를 대고 짐을 옮기기도 힘들 것 같아서 입구 쪽에서 멀지 않은 R, S데크를 선택했는데 부대시설이랑 멀어서 불편했다. 세명이 텐트를 쳐야한다고 생각해서 데크도 두 개나 잡았는데 호명산캠프 데크는 7.2m x 4.8m사이즈로 굉장히 여유있는 크기의 데크여서 1-2인용 텐트 세 동은 피칭할 수 있는 사이즈였다.

결국 R데크만 쓰고 S데크에는 짐만 던져놓는 낭비를 저질렀다. 다음에 간다면 한 블록 안쪽의 J데크를 고를 것 같다.

스노우피크 리빙쉘

 

우리는 데크 바로 밑에 차를 대고 짐들을 꺼내 옮겼다. 우리의 거실이 되어줄 커다란 쉘터와 각자의 백패킹 텐트도 꺼내고 화로와 등유난로도 꺼내 올려두었다.

쉘터 주인도 오랜만에 피칭하는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상당히 큰 쉘터라서 생각보다 한참 걸렸다. 그렇게 첫 쉘터 피칭에 힘이 잔뜩 빠져서 배가 너무 고파졌다. 캠핑 테이블 두 개를 이어 붙여 샤브샤브 준비를 했다.

트레이더스에서 예전에 사둔 버번위스키도 차에서 꺼내왔다. 뜨거운 국물에 온더락 위스키를 홀짝이고 쉬다 보니 이제야 산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향과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앙상해진 밤나무를 보고 있자니 조금 더 상록수가 울창하고 사람들이 없는 자연으로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백패킹 몇 번 했다고 노지캠핑이 코드에 맞는가 보다.

 

 

해가 지고 날이 쌀쌀해지니까 화로가 생각이 났다. 사무실에 달려가서 장작을 한 묶음 사 와서 데크에 쏟아 놓고 우물정으로 쌓기 시작했다. 그 사이 그물화로를 설치해서 장작 한 무더기를 화로에 올려 불을 피워봤다. 장작이 타면서 타닥타닥 불똥이 날리고 나무 타는 냄새와 함께 금세 온기가 돌아서 기분이 좋았다.

뒤늦게 합류한 친구가 양갈비, 밤에 때울 등유, 마시멜로 한봉지를 사 와서 다시 식사 자리가 시작됐다. 그리들에 양갈비를 구워서 순식간에 한 팩을 비우고 떡볶이 밀키트까지 디저트로 끝내버렸다. 장작 한 자루를 다 태우고 다시 사무실로 가서 두 번째 장작 한 자루를 더 사 왔다.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화롯불에 마시멜로 꼬치 굽는 재미에 빠졌다. 처음엔 불에 너무 익혀서 겉이 타고 마시멜로가 녹아서 꼬치에서 떨어지기도 했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노릇노릇한 겉바속촉 마쉬멜로우가 만들어졌다.

 

마시멜로 굽기도 끝났고 밤공기가 너무 쌀쌀해져서 양갈비를 들고 놀러와준 친구를 배웅하고(잘가요 천사 산타 Q. 또 ENTPing 객원멤버가 되줘!) 실내로 모두 이동했다. 작은 등유난로 하나가 텐트 안을 데우면서 나른해졌다. 백패킹 텐트를 쉘터 안에 세 개나 피칭을 했는데도 구석에 우리가 앉아 떠들 수 있는 공간이 남았다. 이 구석에서 우리 셋은 와인을 비우면서 두런두런 우리의 공통 관심사 테니스 얘기도 하고 먹고사는 얘기가 늦은 밤까지 무르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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