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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주말

[첫 해외 캠핑, 후지산 백패킹 여행] PART.3 후모톳바라 캠핑장(후지산 일몰)

후모톳바라 캠핑장 체크인

후모톳바라 캠핑장 지도

 

안개를 뚫고 캠핑장에 도착했다.

후모톳바라 입구에서 예약번호를 알려줬다. 캠핑장 입장료는 성인 1000엔, 아동 500엔, 차량 2000엔이고, 우리는 성인3명에 차한대여서 5000엔을 결제하고 한국어지도를 받았다.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하는지 팁을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D존에서 피칭하라고 했다. 오전부터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바닥은 진흙탕이 많았고 한 번은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 헛돌았다. 후진해서 겨우 빠져나와 마른 바닥을 찾아 더 들어가서 E존에 멈췄다.

 

구름 때문에 산이 하나도 안 보여서 지도로 후지산 방향을 가늠하고 그 방향으로 텐트를 피칭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비자립식인 내 텐트는 세우기 너무 힘들었지만 팽팽히 마지막 펙을 박고 의자에 널브러져 하늘을 봤다. 아까보다 옅어진 구름을 보면서 해 지기 전엔 후지산 얼굴 볼 수 있겠다고 얘기했다. 한바탕 노동을 했으니 사케 한 병을 꺼내 한잔씩 나눠마셨다.

고등어를 구우면서 흘러가는 구름과 한 조각씩 보이는 후지산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고 6시가 돼서야 후지산 완전체를 볼 수 있었다.

 

 

다행이다. 이번여행의 메인미션성공.

 

한국에서 산을 볼 때 여러 봉이 보이는 산맥의 일부를 보는 느낌이라면 후지산은 독보적이고 거대한 해발 3,776미터의 하나의 봉우리어서 우리를 압도했다.

이제야 캠핑장에 피칭된 다른 캠퍼들을 둘러봤다.

우리 주변엔 감성캠퍼 한 동(커다란 캔버스 티피텐트가 멋졌다), 대가족텐트 한 동, 백패커 세 동정도가 둘러있었는데 다들 일찍 잠에 들고 아이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시끄럽게 뛰어다니거나 거슬리지는 않게 가정교육이 아주 잘된 예의 바르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가나야마 키친

캠핑장 안에는 가나야마 키친이라는 오뎅바가 있는데 오뎅을 사러 들어갔다가 화목난로가 켜진 아늑한 식당에 오뎅끓이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여기서 먹고 가자고 했다. 우리가 자리 잡고 나서 손님들이 마구 들이닥쳐 자리가 금방 찼다. 우리는 생맥주 세 잔과 시즈오카 오뎅, 유부주머니, 무우, 곤약, 계란을 골라 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후모톳바라의 밤하늘

밖에 나오니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해져서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연못 너머로 보이는 후지산 광경도 아름다웠다. 이런 호사를 느낄 수 있어서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해지는 벅찬 하루였다.

후모톳바라 밤하늘

 

밤이 되니 쌀쌀한 느낌이 들었다. 캠핑장 D존에 피칭해야하는 이유는 화장실이나 개수대가 가까워서였다. 직원말을 귀담아듣자. 나는 깜깜해진 캠핑장에서 화장실을 오가면서 진흙탕에 발을 몇 번이나 빠뜨렸다. 샤워실은 20시에 문을 닫아서 우리는 화장실에서 양치와 세안만 간단히 하고 잘 준비를 했다. 개수대 앞에는 밀키트 자판기, 캠핑용품 자판기, 음료자판기들이 있었는데 밀키트 자판기 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 보여서 장 볼 것도 없이 그냥 와도 여기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점 안에도 고기나 주류 간단한 필수용품들을 팔고 있었다.

 

밤 9시, 오뎅바도 털고 편의점에서 사 온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먹었는데도 탄수화물을 안 먹으니까 배가 공허한 느낌이어서 마지막 히든카드 신라면 두 봉지를 꺼냈다. 친구가 왜 세 봉지 안 샀냐고 타박했는데 타박 장본인이 건강식 매니아라서 눈치 보며 담은 거라고요… 라면 끓여서 국물까지 싹 먹고 몸이 드디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밖에 있는 의자들을 엎어 돗자리를 덮어두고 각자 텐트로 들어갔다.

텐트 안에 들어와 오늘 얼마나 운이 좋았던가를 곱씹으며 스위치꺼지듯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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